족보는 시조로부터 차례로 한 세대에 한 칸씩 아래로 내려쓰며, 동항렬(同行列)은 같은 난에 쓴다. 내용은 족보의 증류에 따라 치이가 있지만, 파보의 경우 대개 명, 자, 호, 시호를 쓰고 생졸의 왕조 간지 월일을 쓴다. 또한 관직, 봉호(封號), 과방(科榜), 저술 등 요즘 말하는 개인의 인적사항을 쓰고, 부인의 본관, 성, 부(父), 조부, 증조부의 관명, 생졸연월일까지도 포함된다. 이외에 분묘(墳墓)의 소재지, 좌향, 형태 등에까지 개인의 일생과 그의 배우자 또는 고조까지의 일대를 약술해 놓는다. 그러나 이 또한 각 성씨나 각 파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족보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찾고자 하는 대상이 '∼파 ∼대손`인지 알아야 하며, 휘(諱)까지 알면 더욱 좋다. 조상은 한 분이지만 자손은 적어도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르기 때문에 옛날에는 가첩 등을 통해 자신에게까지 이르는 계보를 가르쳤다고 한다. 보통 각 문중이나 종중 들은 후손들 각자의 혈연적인 계통을 분명히 밝히고 촌수를 명확히 하기 위해 대를 거듭 하면서 분파하게 된다. 가령 어느 선대에 특출한 향제가 나거나 전거(轉居)하는 선조 등이 생기면 그 후손들은 각각 별개의 파로 구분되고, 또 각각의 파는 아랫대로 내려오면서 그러한 분화작용을 되풀이한다(이 경우 파의 명칭은 파시조의 관직명·시호·아호·세거지명 등을 따게 된다). 따라서 예컨대 은진 송씨끼리 만나서 '어느 파냐?'라고 물었을 때, '정랑공파'라고 해도 충분하지만 같은 정랑공파라면 그보다 아래의 분파를 말해야 한다. 아래 분파가 같은 '추파공파'라면 다시 그 아래 분파를 말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분파의 분파의…분파 관계가 드러나는 것이 파보라 하겠다. 이렇게 '∼파 ∼대손'을 알았다면 족보의 계보표 앞에 있는 분파계열도나 파세계도(派世系圖, 약칭 파계도)를 보고 해당 파명 아래에 표시된 권수와 페이지를 찾아가면 된다. 최종적으로 찾고자 하는 사람이 그 파시조의 몇째 아들의 몇째의 몇째로 파악되어 있을 것이므로 줄곧 그 차례를 따라가 확인함으로써 마무리 할 수 있다. 한 페이지 안에서 끝이 나지 않았을 경우에는 마지막 이름 아래 몇 페이지로 찾아가라는 표시가 또 되어 있으므로 이를 따르면 문제가 없다. 페이지 표시는 옛날은 '천지현황…'의 순서가 대부분이고, 요즈음에는 아리비아 숫자를 주로 쓴다.
만약 파보에서 자신과 직계 선대 조상을 찾고자 하면 ∼대손, 이름 등을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이를 숙지한 상태에서 앞의 파계도를 보면 파시조부터 자기 이름까지 나오는데, 자기 이름 밑의 권수와 페이지를 보고 찾아가면 된다. 거기서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 된다. 그리고 찾고자 하는 분이 만약 7대조라면 자신과 관련된 내용이 쓰여진 해당 페이지의 위로 올라가 찾으면 된다. 거기서 없으면 6대조란을 보면 대개 '견상(見上) 페이지(또는 見上 권수 페이지, 아래일 때는 見下)'가 나온다. 이를 찾아가면 된다.
보학이란 글자 그대로 '족보에 관한 학문'이다. 그것은 보학이 족보에 대한 전통적 관심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를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아무개는 무슨 성씨의 몇 대 손이고 그 시조는 누구다'라는 식의 일반적인 관심에 관계하여 가문 전체의 족보를 바꾸는 경우가 있다. 자기 가문의 연원이 깊고 오래된 것을 자랑하려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실제 시조보다 훨씬 앞선 가공의 원조(遠祖)를 내세우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원조가 중국에서 왔다고 하거나, 중국 유명 인물의 후순이 자기의 시조라고 한다. 또 시조가 고려 후기의 인물일 경우 고려초나 신라말로 끌어올리기도 한다. 이밖에도 혈족 계통이 전혀 다른데도 불구하고 단지 동성동본이라는 이유만으로 족보를 합치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관에 따라 성씨의 우열과 가격(家格)의 차등에 있어서 본관을 개변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볼 수 있었다. 서로 시조를 달리하는 동성동본일 때 각 일족들은 각 시조보다 선대의 새로운 시조를 가공으로 설정하고 적당히 세계(世系)를 조작하여 각기 형제간에 분파한 것처럼 꾸미는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있다.
둘째, 옛날에는 족보가 신분을 증명하는 유력한 자료였으므로, 개인적인 차원에서 허위로 족보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개인적으로 신분 변동을 꾀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이나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기록에 의하면, 족보 자체를 거짓으로 꾸미거나 보계(譜系)를 팔고 사는 매매행위 등의 폐해가 있었다고 한다. 족보는 일정한 기간마다 수정·증보하기 마련인데, 요즘 편찬된 족보와 그 이전의 족보를 비교해 보면 없었던 계파가 새로 생기기도 하고, 자손이 끊긴 사람 밑에 자손이 기록되어 있는 일로 있다. 이것은 족보편찬을 맡은 유사와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또 신주양자(神主養子:양부모가 죽은 후에 입후하는 양자)나 백골양자(白骨養子:양자 자신이 죽은 후에 입후하는 양자)일 때는 그 전후 자정을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 위보(僞譜)와 관련한 상기 두 예와는 달리 보학을 통하여 사회경제적인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보학은 이 세 번째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무슨 성씨는 어디에 많이 산다'라고 했을 때에는 본관이 아니라 세거지(世居地)가 사실상 씨족공동체로서의 가문의 구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과, 이를 뭣받침한 사회 경제적 단위인 집성촌 또는 동족부락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조선 왕조의 전주 이씨가 전주와는 별 상관없이 함경도 회령에 세거하던 일족이었다든지, 경북 안동 무실(水谷洞)에 세거하던 전주 유씨도 전주 아닌 안동과 관련이 있다든지 하는 사실이 그러한 경위를 설명해준다. 경북 영양 주실(注谷洞)에 세거하는 한양 조씨도 경북일대에서는 '주실 조씨'로 통하고, 향파인 이들은 기호지방에 세거한 경파와는 당파나 항렬자를 완전히 달리한다. 반대로 세도정치의 대표적 성씨인 안동 김씨는 안동과는 상관이 없다. 물론 본관과 세거지가 일치하는 경우도 많은데,경북 봉화에 세거하는 안동 권씨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무슨 성씨는 어디에 살아야 양반이다' 라고 했을 때에는, ㉠의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표면적으로는 족보를 언급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그러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변동에까지 예민하게 주목하는 것이 된다. 흔히 문중 또는 종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기준은 인물(벼슬 등), 재산(땅 등), 수효(자손번성 등)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른다면 소위 타성방이로서 일정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획득하거나 유지하기란 대단히 힘들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체로 재지사족(在地士庾)들은 입향시조→동족부락→약화→기득권확보, 유지 노력'의 성쇠과정을 밝게 되는데, 집성하여 동족부락을 지향하는 과정에 동참하지 못하거나 탈락한 집안이나 가문은 더 이상 양반으로 볼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지금도 시골의 촌로나 한학을 공부한 60대 이상의 분들은 보학에 대해 관심도 많을 뿐 아니라 많이 알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대개 반상이나 적서, 색목 등에 보학을 활용하고 있어 인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그 동안 보학에 대한 연구는 지대한 관심에 비해 체계적이고 심도있게 논의되지는 못한 듯하다. 따라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함께, 이를 인접학문과 연관시켜 폭넓고도 밀도있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송재용, 평택대 겸임교수)

- 이 자료는 송재용 평택대 겸임교수의 글입니다. -